모순수업(최인호)를 읽고나서..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내 스타일의 책은 아니었다.
이러한 책은 빌려서 보기보다는 아예 구매해서 시간이 여유로울 때 한 번쯤 넘겨보면 좋은 책 같다.
왜냐하면 시도 포함되어있고 말이 어렵다고 해야 할까 언어영역 문제를 풀고 해설을 읽는 느낌이 강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재미는 없었다. 기억에 솔직히 남지도 않았다. 책 속의 말들이 와 닿지도 않았다. 그래서 그냥 나는 재미없었다.
일화들로 나오는 것들도 너무 공감이 안 갔다. 굳이 저걸 저런 식으로 말해야 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말장난이라는 생각만 들었다.
책을 다 읽었을 때는 그래서 이 책에서 뭔가를 전달하려 했던 것 같은데 그것 자체도 감을 잡기 힘들었다.
책의 추천/비추천을 떠나서 나랑은 너무 안 맞는 책이었다. 시 좋아하고 언어영역 자신 있는 사람은 읽으면 좋아할 수도 있다.
그래도 책을 읽고 내 기억에 문장이 몇 개라도 남은 것은 아무리 재미가없었다고 하여도 나에게 교훈을 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 기억에 남는 문장 -
- 53 page -
"하지만 정형화된 감각과 틀 속에서 자신의 색깔과 향기를 잃어버린 이성적 아름다움은 지루할 따름이다.
그것은 가슴이 뛰거나 피가 역류하는 격정의 파도를 일으키지 못한다.
하지만 '추(醜)'는 다르다.
끝없이 변화하면서 자신만의 색깔을 덧칠해간다."
- 60 page -
"역설적이게도 인식의 주체로서의 '나'가 존재하게 되면, '진리'는 볼 수 없는 곳으로 멀어져 있고,
그것을 가까이 '눈 앞'으로 불러들이기 위해 '나'를 죽이면
동시에 대상으로서의 '진리'도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결국 누구도 '진리'는 볼 수 없는 것이며,
따라서 '진리'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만든 '허상'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 83 page -
"현대인들은 모든 것을 잃었다.
그것도 완벽하게, 유일하게 자신이 가질 수 있는,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고독'마저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 125 page -
"현대는 현상만 '볼 수 있도록' 은유를 죽이고 모든 존재를 시각적 이미지로 만들어 버렸다.
이렇게 이미지화된 단어들은 인간의 '읽기 본능'을 제거하고,
인간들을 '보는 것'으로 길들이는 악마이다.
'보는 것'의 즐거움,
그것은 형식 속에서 은유가 사라지는 '읽기'의 죽음이다."
- 136 page -
"무지라는 것이 실제로는 전혀 아름답지도 훌륭하지도 않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충분히 아름답고 훌륭하며 지혜로운 사람이라고
착각하게 만들어주는 불행한 것이기 때문이다."
- 244 page -
"인간이 신을 만들고,
형상적 존재로서의 신이 실존적 인간을 지배하는
모순적 관계가 지금껏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 271 page -
"하지만, 우리는 모순이 '합리'에 의해 억압당하고,
배제되어야 하는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합리'를 초월한 반현실적인 곳에서,
즉 현실의 무대 뒤편에서 스토리와 인물들을 조정하는 연출가임을 알아야 한다."
- 287 page -
"인간들은 더 많은 '단어'들을 만들어내면서 자신들의 세밀한 감정까지도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다.
하지만 단어가 만들어지면 만들어질수록 의미는 침묵의 어머니로부터 더 멀어지고 가늘어져
결국 쪼개지고 작아진 채 사라질 뿐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