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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이 필요한 순간(김민형)를 읽고나서..

SudekY 2019. 12. 22. 18:23

수학이 필요한 순간(김민형)

  나는 어릴 적부터 수학이랑 과학에 호기심이 많은 아이였다.

그래서 궁금증이 생기면 최대한 인터넷에서 찾아보고 궁금증을 해결하곤 했다.

하지만 그러한 호기심에 비해서 나의 사고력은 깊지는 않았다. 수학이 엄청 재미있었는데 비해 문제풀이 능력이 엄청나게 떨어졌다는 말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덕분에 컴퓨터공학부에 진학하였고 어느 분야이던 수학적 사고력을 요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수학은 나에게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깊은 재미를 주기 때문에 매력을 느꼈던 것 같다.

 

 나는 컴퓨터공학부를 졸업하였기 때문에 수학이 컴퓨터 분야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쳤는지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수학적 사고력이 뛰어난 사람이 대부분 컴퓨팅 능력 또한 뛰어나다는 것도 많이 느꼈다.

요즘에는 알고리즘 문제라고 하여서 어떠한 문제가 주어지면 간단하게 컴퓨터 언어로 푸는 걸 하고 있는데 이 과정 또한 고등학교 때 느꼈던 천천히 사고하는 것을 떠올리게 한다.

 

 이 책 수학이 필요한 순간은 수학에 관해서 아주 쉽게 예제를 들면서 수학이 무엇 무엇이다라고 알려주는 책이다.

엄청 쉽게 설명해주고 복잡한 연산도 하나도 안 나온다. 수학에 관해서 철학적인 책이라고 정의를 내려야 할까 정말로 재미있는 책이다. 사실 이 책을 고른 계기는 도무지 빌릴 책이 없어서 그냥 눈에 띄는 것을 고른 것인데 운이 좋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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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8 page -

"추상적인 개념 도구를 사용해서 세상을 체계적으로,

또 정밀하게 설명하려는 의도가 바로 수학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추상적인 개념 도구란 수나 공식을 말한다. 체계적이고 정밀함을 요하는 것은 인간이 추구하는 가장 높은 이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 77 page -

"유클리드 기하학은 처음으로 '공리'라는 개념을 창안하여 도입한 이론입니다.

공리란 '하나의 사실에 대해 증명하지 않고, 기정사실로 받아들일 때, 이를 기초로 다른 이야기를 진행할 수 있다.

공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앞으로 전개될 내용도 전혀 받아들일 이유가 없으며, 이 공리가 맞다고 상정하면 앞으로 나올 결론들도 맞다고 여길수 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당연히 받아들여야만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예를 들어서 우리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꼭 증명하지 않더라도 알 수 있듯이 그러한 당연함이 있어야 다른 것들을 이해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수학에서도 이러한 당연함을 몇 가지 정의해놓고 가는데 이를 '공리'라고 한다. 

 수학을 공부하다 보면은 항상 의문이 들곤 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것이 '공리'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곤 했다.

그때 그것이 공리라는 사실이 위안이자 어쩌면 진리에 대한 의문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 79 page -

" '적당한 답의 틀(satisfactory framework for finding the answer)'

어떻게 보면 우리 인생에서 어려운 질문들은 다 그런 식의 질문들이에요.

인생의 의미가 뭐냐고 물어보면 처음에는 답을 모르죠 이런 종류의 질문 사실 '답을 모르는 것' 이상으로 더 난해합니다.

답을 모를 뿐 아니라, 어떤 종류의 답을 원하는지도 모른다는 거예요"

 책에서 저자가 계속 '질문'을 계속 강조한다. 질문을 잘해야만 수학적 사고가 시작된다고 말한다. 궁금해서 하는 '질문'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을 질문해서 무엇을 얻을 수 있는 의미 있는 질문을 말하는 것이다.

 인생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처럼 이건 정답 없는 질문이다.

더 나아가서 생각해보면 질문 이전에 탄생이 있는데 어떻게 의미가 있을 수 있을까

만약에 탄생이 있기 전에 질문을 했더라면 답을 얻었을지도 모른다. 철학적이지만 직관적으로도 인생의 의미는 탄생 후에 있기 때문에 대답할 수 없다. 이러한 질문에는 적당한 답의 틀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서 인생의 의미가 무엇인지가 아닌 어떤 인생이 더 행복한 삶인가가 더 적당해 보인다.

 

 

- 95 page -

"물리법칙이라는 것은 어느 좌표계를 통해 보든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좌표와 관계없는 불변량

결국은 움직임은 상대적이다 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움직인다는 자체가 상대적이라는 개념이 결국은 시간까지 상대적이라는 관점으로 진화해버립니다."

 책에서 안내하는 순서대로 생각의 흐름을 따져 가다 보면 위와 같이 상대성이론이 나왔다는 결론에 이른다.

이것이 이 책의 묘미 같다. 어렵지 않게 독자가 생각의 흐름을 따라가면서 호기심이 해결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 107 page -

"수학적으로 사고한다는 것은 우리가 무엇을 모르는지 정확하게 질문을 던지고,

우리가 어떤 종류의 해결책을 원하고 있는지 파악하고,

그에 필요한 정확한 프레임워크와 개념적 도구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우리는 우리가 무엇을 모르는지도 모를 때가 굉장히 많다. 이러한 수학적 사고의 자세(?)는 수학뿐만 아니라 인생에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무엇을 모르는지 뿐만 아니라 무엇을 아는 게 전부인 것처럼 사는 사람들도 있다. 

어떠한 문제가 있는데 해결이 잘 안 된다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잘 구분해야 한다. 이것을 메타인지라고 하는데 대게 공부를 잘하는 사람들은 메타인지가 높다고 한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했다. 객관적 파악이 되지 않는다면 해결은 힘들다.

 

 

- 141 page -

"확률론이 선하지도 않고 악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선하고 악한 것도 확률론의 지배를 받는다는 것입니다.

엘리엇이 묘사한 베켓 대주교의 주장처럼

우리가 선하다고 결정한 것도 악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고,

악하다고 생각하는 것들도 약간의 선한 효과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런 것들도 확률의 지배를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내 생각에는 계산되지 않는 불분명한 것들을 확률로 포장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이 세상이 카오스인 것은 그러한 것처럼 보이는 것뿐이지 실제로 카오스는 아닐 것이다. 너무 어지럽고 혼란스러워서 계산되기 힘들어 보이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우리는 왜 우리가 착하게 살면 손해를 보고 나쁘게 살면 이득을 보는지에 대해 수긍을 한다.

이것은 미래에 착하게 살면 이득을 볼 수도 있는 상황에 대한 계산이나 나쁘게 살아서 보는 미래의 손해를 계산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불교에서는 업보라는 말을 사용한다. 자신이 나쁜 짓을 한다면 반드시 돌려받고 착한 업을 쌓으면 반드시 돌려받는다는 말이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보면서 느낀 것은 확률적으로 나쁘게 살면 돈은 많이 벌지만 확률적으로 대게 불행해진다라는 사실이다.

 

 

- 179 page -

"건전한 과학적 시각이란 '근사'해가는 과정이라는 걸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완벽하게 할 수 없다고 해서 포기하기보다는

제한적인 조건 속에서 이해할 수 있다는 현상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겁니다.

근사해가는 과정, 항상 바꿀 수 있는 것,

그리고 섬세하게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를 학문이라고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겁니다."

과학혁명의 구조

 고등학교 때 읽은 과학혁명의 구조에서는 과학을 하나의 퍼즐을 쌓고 퍼즐이 다 맞추어지면 그다음 것으로 넘어가는 과정으로 묘사를 한다. 이러한 묘사가 사실인지 아닌지는 나도 잘 모른다.

근데 여기서 나온 퍼즐을 하나하나 맞춰가는 과정이라는 것은 동의한다. 그것을 '근사'라고 말하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제한적인 조건이란 '퍼즐'그 자체를 말하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나도 위 의견에 동의한다.

 우리가 아는 근거 내에서 최선을 다해 연구하면 어느 순간에 분명히 틈이 생기고 그 틈에서 새로운 질문들이 나올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질문들은 기존에 있던 이론을 뒤바꿀 수도 있다. 그렇다면 기존에 있던 이론들은 아무 의가 없던 것일까

그것은 아니다. 그러한 질문들이 있었기에 새로운 틈이 발견될 수 있던 것이다.

 그리고 저자는 이러한 과정이 학문 그 자체라고 말을 한다.

 

 

- 215 page -

"문제를 단순화한 다음 더 복잡한 모델이나 강력한 요구조건을 만들며 개선점을 찾아나가는 것,

이것이 바로 과학이 하는 일입니다."

 굉장히 중요하다. 천재들은 문제 단순화하기를 잘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 시점에서 조금조금씩 의문을 던지는 것이다.

나도 가끔씩 문제를 풀다 안 풀리면 가장 쉽게 단순화하는 과정을 거친다. 수학뿐만 아니다. 우리가 살면서도 단순화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가끔은 친구랑 싸웠다고 한다면 단순히 모르는 사람이라고 짓거나 A와 B의 관계로 바꾸거나 내가 아닌 남으로 보거나 하다 보면 쉽게 원인을 찾을 수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왜 친구여서 싸웠을까 생각해볼 수 있다.

 

- 264 page -

"실험에서 틀리기 싫기 때문에 결론에서 틀리는 겁니다.

그런데 검증을 하려면 안 맞는걸 자꾸 만들어보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이런 접근 방식이 수학에서 연구하는데 굉장히 중요합니다."

 한국사회에는 실패나 테스트를 굉장히 두려워하는 것 같다. 자신의 허점이 드러나기 때문이고 그에 따른 사회적 제약을 받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질문도 잘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는 선진국에서 극도로 경계하는 생각이다.

 이러한 사고가 위험한 것은 사회 전체적으로 결과적으로 많은 실패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우리가 실패를 두려워한다면 반드시 성공만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그러한 방법은 실패를 무시하거나 안 하는 방식으로 해야 된다.

군인이 사격을 1m 앞에서 쏘고선 맞았다고 성공했다고 기뻐한다면 그 군인은 전장에서 명중률이 현저히 떨어질 것이다.

 훈련과 테스트란 누구를 위해서가 아닌 자기를 위해서 하는 것이다. 자신의 허점이 드러나기가 두려웠다면 그것은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는 마음속의 증거다.

 컴퓨터든 수학이든 기술로 무언가를 만들던 자기 자신을 비판하고 아닌 경우를 찾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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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었던 책 중에 오랜만에 가장 재미있게 본 것 같다. 물리적으로나 사고적으로나 가벼운 책이다.

무엇보다 수학을 통해 실생활에서 쓰이는 것들을 예로 들면서 쉽게 설명해주는 것과 A> B> C의 순서대로 차근차근 같이 생각해주는 것이 이 책의 진짜 묘미였다.

정말 좋은 책이고 정말로 어렵지 않은 책이니 꼭 한번 읽어봤으면 좋겠다. 가벼운 책이지만 사고력에 대한 메타적 이해를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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