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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이코노미쿠스의 죽음(피터 플레밍)을 읽고나서..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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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이코노미쿠스의 죽음(피터 플레밍)을 읽고나서..

SudekY 2020. 6. 5. 12:57

호모 이코노미쿠스의 죽음(The Deaath of Homo Economicus) - 피터 플레밍


 책 반납까지 독서할 수 있는 시간을 계산해보니 단 이틀뿐이었다.

남은 시간에 전부 읽으려면 출/퇴근 버스 안에서 점심시간에 퇴근하고 잘 때까지 전부 투자해야 가능한 시간이었다.

게다가 경제 관련 책은 읽어본 적도 없고 책의 내용도 꽉 차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을 그냥 반납하고 싶지는 않았다.

내가 이 책을 빌리게 된 이유는 '자본주의'에 대한 약간의 분노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 분노의 이유를 이 책이 정확히 말해줄 것 같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잘 읽었다. 급하게 읽은 감이 있기는 하지만 내용이 너무 공감되어서 분노가 느껴질 정도로 집중력 있게 독서했다.

경제 관련 책은 지금까지 관심도 두지 않았었는데 아마 이 책을 계기로 생각이 많이 바뀔 것 같다. 전문서적은 아니다 보니 재미를 느낀 것일 수도 있지만 결론적으로 재미있었다. 앞으로 경제 관련되어서도 다양한 책을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된 첫 경제 관력 책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아쉬운 점은 단어 같은 경우 어색한 것들이 많았다. 그래도 옆에 영어로 또 써주신 것은 감사하나 안 쓰여있는 경우도 있었고 단어가 어색하다 보니 읽다가 다시 돌아가 읽는 경우도 많았다. 근데 어색한 단어에 비해서 옆에 설명을 정말 친절하게 잘 써주셨다. 영국에 대한 이야기라서 당연히 알 것이라고 생각해서 저자가 인용한 여러 것들을 옆에 괄호로 자세히 설명해주셨다. 이게 친절하게 직접 설명해주신 것인지 원서에 있는 것인지는 모르나 덕분에 읽으면서 이게 무슨 사건이지, 이 사람이 누구지 하는 경우는 전부는 아니어도 대부분이 파악 가능했다. 게다가 경제 관련되어서 기본 용어조차도 모르는 나에게는 정말 고마움을 느꼈다.

 

 책을 읽으면서는 내가 세상에 대해서 너무나도 무지했구나를 깨달았다. 책을 다양하게 읽어보는 것이 중요하단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단지 뉴스만으로 경제를 아는 것은 절대로 경제를 아는 것이 아니다고 느꼈다. 실제로 어떠한 지식을 접하는 데는 독서나 공부하는 자세로 임해야 정말 지식을 접했다고 말할 수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이러한 체제를 비판하는 책의 종류는 특히나 언론 같은 곳에서 잘 말해주지 않는데 언론은 이러한 부분에서 절대로 진실을 말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아니 언론도 사실 체제의 속해있어 임무를 충실히 다할 뿐 체제에 대해서 비판하는 이는 거의 없다.

 

 이 책은 '자본주의' 체제에 대해서 비판을 한다. 그리고 자본주의 때문에 무너져 가는 호모 이코노미쿠스들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호모 이코노미쿠스'란 경쟁적이고 합리적이며 경제적인 인간상을 대표하는 것인데 책에서 말하는 호모 이코노미쿠스란 자본주의에서 실패할 수밖에 없는 '서민'들을 말한다. 그래서 책이 눈높이가 부자들이 아닌 일반 서민들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더욱 많이 공감이 되는 면이 있다고 생각이 든다. 특히나 책에서 등장하는 많은 부자들이 부당하게 자본주의의 허점을 이용해 벌어드리는 수익은 정말 말도 안 된다고 느껴질 정도로 분노를 느끼게 해 준다.

 

 책을 읽고 특히나 생각이 많이 바뀐 부분이 있다면 '민영화'와 관련된 부분이다. 나도 책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민영화'를 통해 일반 시민들이 이용하는 서비스의 질이나 가격이 개선되면 민영화를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저자는 민영화를 통해 손해 보는 이는 결국은 일반 시민들이며

 오히려 민영화를 통해서 국가 세금으로 낭비되는 돈이 국영화를 유지하였을 때 예상 소모 비용보다 더 클 수도 있다는 여러 일화를 소개한다.

 

 그리고 기술의 발전으로 현재의 자본주의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허상과 왜 Airbnb와 우버택시가 자본주의에서 일반 시민들의 삶을 더욱 나쁘게 하는지까지 우리가 평소에 인터넷 뉴스만 본다면 당연히 좋은 것이 좋은 것이지라고 생각했던 많은 부분에서 자본주의의 뿌리 깊은 단점이 포함되어있다는 것을 알 수 있고 결국은 99퍼센트의 일반시민들은 절대로 1퍼센트의 부자들을 너무 볼 수 없는 현재의 자본주의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다소 암울한 미래를 제시한다.

 

 특히나 많은 부분에서 공감이 되는 것은 자본주의에서 유일한 계층이동 수단인 교육이 형태만 바뀌었지 결국은 세습적인 것으로 변화면서 본질을 잃어버렸고 교육을 하는 대학부터 강사, 교수들은 자본주의에서 하나의 상품으로 변화되어 교육의 본질이 퇴색당하고 있다고도 말한다.

 

 나는 자본주의라는 체계가 민주주의라는 체계와 많은 부분 결합되어서 떼어낼 수가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결국 자본의 이동을 결정하는 것이 민주적인 것이라면 민주주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자본주의가 가진 엄청난 힘은 민주주의를 넘어서 어쩌면 새로운 개념의 이데올로기를 만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통해서 모든 것을 전부 다 상품으로 바라보았던 것이 합리적 인간이라는 나 자신을 돌아보았고 자본주의라는 개념이 있기 전 어떤 상품의 가치가 재화가 아닌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가치로 환산되었던 이전 세대에서 무엇인가를 배워야 한다고 생각이 들었다. 


- 기억에 남는 문장 -

 

- 37 page -

"그러나 매일매일 수많은 거짓말과 맹목적인 믿음 속에서 살아가다 보면

세상에 정확한 정보는 없다는 고질적인 느낌 속에서 역설적인 냉소주의자가 되어버리기 십상이다.

대중이 이런 입장을 취하게 되면 민주주의의 정신은 훼손될 수밖에 없다."

 

 

- 107 page -

"어떤 직업들은 사회를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산파, 환경미화원, 우편배달원, 보건 감독관 등등.

그리고 여기에도 포함되지 못하는 나머지는 주로 서비스 부분에 존재하는 '쓰레기 직업'들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정부가 운영하는 '실업의 산업'이라는 지옥에 들어가기보다는

그런 직업이라도 갖는 편이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 163 page -

"예를 들어 에어비앤비(Airbnb)는 상업적 용도가 아닌 주택이나 휴양시설을 이용해 매출을 챙긴다.

이는 친근한 이웃 주민이 '내 것은 곧 당신의 것입니다'라고 말하는 차원의 인심 좋은 비즈니스가 아니다.

사실은 정반대다.

우버 같은 기생충들은 과거 상업적 착취의 대상이 아니었던 삶의 공간까지 파고들어

당신과 나 같은 사람을 또 다른 상품으로 전락시킨다."

 

 

- 169 page -

"그러나 분산분해(variance decompostion) 같은 복잡한 통계기술을 통해 도출된 이 연구의 결과 뜻밖의 사실이 밝혀졌다.

'CEO 효과'는 매우 미미하며 기업의 실적은 대부분 리더의 통제력을 벗어난

우연, 외부적 사건, 업계의 트렌드 같은 요소에 따라 좌우된다는 것이다."

 

 

- 211 page -

"이 구직자들은 삶, 해고, 경력 등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리고 자신을 고용했던 회사, 가족, 미래에 대해 말할 때,

명백하게 신자유주의적인 가치와 신념을 드러냈다.

그들은 자유 시장의 효과와 정당성을 믿었다.

그들은 또 집단적 행위보다는 개인적 책임을 선호했으며

자신의 일자리가 나라 밖으로 빠져나갔음에도 불구하고 세계화를 지지했다."

 

 

- 256 page -

"우리가 쏟는 노동 시간에 초점을 맞추는 일은 여전히 중요하다.

하지만 숫자에 집중하다 보면 자본주의 초창기부터 존재해온 이 체제의 특징(잉여가치로서의 노동)으로부터 관심이 멀어질 위험이 크다.

과도한 노동에 대한 문제는 전혀 새로운 개념이 아니며,

자본주의적 고용 관계의 구조 속에 본질적으로 내재되어있는 요소다.

그러므로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한 논의는 그 본질을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다."

 

 

- 328 page -

"인간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뇌에서 감정을 처리하는 영역인 편도체가 인간의 논리적 사고 과정을 저해하는

정서적 강탈(emotional hijack) 증세에 빠지기 쉬며,

그로 인해 투쟁 및 도피 반응(flight-or-fight response)을 보일 수 있다고 한다."

 

 

- 336 page -

"다시 말해 우리로 하여금 뭔가 필사적이고 극단적인 행동을 하지 않으면

끝이 보이지 않는 이 공허함의 공장에서 탈출할 수 없다고 생각하도록 만든다.

이 사회의 기업들은 시민들에게 삶 자체가 사느냐 죽느냐의 투쟁이라고 설득한다.

이제 이 세상에는 오직 승자와 패자만이 존재할 뿐이다."

 

 

- 386 page -

"모든 문명사회는 적절히 기능하면서도 값이 저렴한(가치) 대중교통 시스템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오늘날 이 서비스를 대중에게 제공하는 일은,

가치라는 목적을 뒷전으로 미룬 채 오로지 돈(수단)에만 목을 맨 조직에게 넘어갔다.

그러므로 이 조직은 결국 자신의 보편적인 임무(적절히 기능하고 값이 저렴한 대중교통 제공)를 달성하는 데 실패하게 된다.

우리의 진정한 문제는 사회 전체가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 388 page -

"민영화의 목적이란 공공을 위한 봉사보다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위해서다 등등. 아이러니한 사실은 이런 특정한 형태의 실용성들이 실제로는 대부분 비실용적이라는 것이다.

또한 그것들은 반反사회적일 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람의 욕구와도 맞지 않는다."

 

 

- 401 page -

"경제적 합리성이란 해체된 '이성'의 사생아에 불과하다.

...

이제 우리는 어떤 대상 전체를 바라보지 못하고 그 대상의 하위 집합들이 형성하는 미세한 관계에만 집착한다.

누구도 이 세상이 가치가 있는지, 또 존재할 필요가 있는지 더 이상 고민하지 않는다.

이는 우리 사회의 심각한 비정상성을 상징한다.

전체가 아닌 부분에 목을 매는 풍조로부터 발발한 집단적인 병리현상이다.

우리가 이 사회의 전체성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99퍼센트에 속한 우리 자신이 먼저 1퍼센트를 위해 만들어진 경제의 창백한 그늘로부터 빠져나와야 한다.

그리고 앞서 진행한 논의를 바탕으로 자본주의의 존재론적 우선권에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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