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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공부(롬브 커토)을 읽고나서..

SudekY 2020. 6. 25. 22:44

 

언어 공부(롬브 커토)

 


서점의 흔한 영어 교재

 "영어를 이제는 잘하고 싶다."

읽을 책이 떨어진 내가 책을 구매하기 위해 서점에 도착해서 고민을 하다가 문득 든 생각이다.

이 생각에 대한 답을 다름 아닌 서점에서 찾는 것은 매우 쉬웠다. 서점은 TOEIC이나 단어, 문법책이 즐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 독서가 아닌 교재를 보러 온 사람이 더 많을 정도로 많았다. 내가 그런 책들을 구매하면 끝나는 문제였다. 하지만 교재 안에 딱딱하고 형식적인 영어공부는 초등학교 때부터 지겹도록 해왔다. 그리고 내가 잘하고 싶은 것은 영어라는 언어가 아닌 영어를 통한 소통 즉, 영어 회화였다. 하지만 회화가 교재를 열심히 보고 문법을 잘한다고 해서 늘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니 교재는 문제의 정답이 될 수 없었다. 게다가 서점에 온 이유는 독서를 위한 책이 필요해서 온 것이었지 공부를 위한 교재를 구매하려고 방문한 목적은 아니었다. 그러니까 나는 분명히 독서할 책을 구매해야 했다.

 

 독서란 무엇인가?

나는 독서를 관심 있는 분야에 조금 더 넓은 시야를 제공해주는 도구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사업을 한다면 사업의 방향성을 제시해주는 책을 읽고 미래를 계획하고 인생의 방황기를 겪고 있다면 철학책을 읽고 시야가 넓어지는 것을 도와주는 도구와 같은 것이다. 그리고 지금 나는 언어 공부 관련 도구가 필요했다. 이 도구를 만든 사람이 똑똑하면 좋고 글을 잘 쓰면 더 좋았다. 한마디로 훌륭한 선생님의 조언이 필요했다는 말이다. 그런데 언어 관련해서 이런 훌륭한 선생님을 어디서 찾아야 할까 생각이 들었다.

 

 신기하게도 이 고민의 해결책은 금방 찾을 수 있었다. 정말 눈으로 찾았다는 뜻이다.

글쓰기 부분 추천도서로 매대에 올라와있던 책 하나가 있었는데 '언어 공부'라는 제목의 책이었다. 책의 제목이 요즘 책들과 달리 다소 직설적으로 느껴지긴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아마 다른 제목이었다면 내 눈에 쉽게 띄지 못했을 것이다

제목 밑에 부제는 '16개 국어를 구사하는 통역사의 언어 공부법'이었다. 나는 영어라는 언어 하나 배우기도 힘들어서 선생님을 찾는데 저자는 16개 언어를 구사한다니 나 자신이 작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내가 찾던 훌륭한 선생님을 찾은 것 같아 약간의 희열감도 나왔다. 그래서 책을 당장 집어 들어 목차를 확인했다. 곧바로 왜 책의 제목이 직설적으로 되어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목차는 정말 언어 공부와 관련된 주제로 구성되어있었다. 그리고 책의 발행연도를 확인했다. 무려 50년 전인 1970년이었다. 그리고 4판까지 나와있었다. 이 책이 더욱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50년 전에 언어 공부라는 무미건조해 보이는 제목의 책이 지금 추천도서에 올라와있는 것은 무슨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몰랐던 언어 공부의 특별한 비밀이라도 숨어있는 것일까? 비밀이 무엇이든 파헤쳐보기로 했다.

 

저자 롬브 커토


 책의 저자부터 이야기를 시작해볼까 한다.

저자는 1909년생 헝가리에서 태어난 롬브 커토라는 여성으로 외국어에 관심이 많았고 교사와 번역가를 거쳐 통역가로 활동했다고 한다. 외국어에 대한 관심은 어느 정도였냐면 무려 86세에도 히브리어를 공부할 정도였다고 한다. 그 열정 때문인지 무려 16개 국어를 구사했다고 한다.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는 저자 소개에 나와있는데 자신의 외국어 공부 비법이 다른 이들에게도 유용할 것이라는 믿음과 외국어 공부의 즐거움과 경이로움을 전하고자 싶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저자의 좋은 의도로 시작된 책이 이렇게 널리 읽혀서 다행이다라는 생각도 든다. 한편으로는 지난 2003년 세상을 떠나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이 책은 1970년에 최초 발행됐으니 그녀의 나이 약 60세까지의 경험이 녹아들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녀는 보통 통역사도 아니고 16개 국어를 하는 통역사였다. 그러므로 언어 공부에서 겪는 어려움을 남들보다 더 잘 알고 있었을 것이고 다중 언어자로서 세계 각지를 많이 돌아다녔던 그녀가 해주는 말은 하나하나가 이론이 아닌 실전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이다. 그래서 이 책에는 저자가 겪은 정말 많은 일화들이 등장하고 일화 하나하나가 무겁지 않고 마치 할머니가 내게 '하하 호호' 얘기해주는 것 같다. 아마도 이러한 부분 때문에 이 책이 50년 동안 사랑받았던 것이 아닐까? 마치 할머니가 해주는 이야기는 빠져들 만큼 재미있지만 그 속에 깊은 교훈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저자에게서 그런 향수가 나오기 때문이다.

 

 책에는 십계명도 등장한다. 한번 어떠한 십계명인지 예측해봐라.

언어를 빨리 습득할 수 있는 십계명일까? 외국인이랑 대화 쉽게 하는 방법 십계명? 그렇다면 답은 '아니오'이다.

정답은 언어와 친해지는 십계명이다. 저자는 언어를 억지로 공부한다면 언어 공부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저자가 했던 말 중 "언어 공부중 모르는 것이 있을 때 바로 사전을 찾지 말고 문맥을 읽어보며 퍼즐을 맞추듯 유추해보라"가 기억에 남는다. 그래야만 재미를 붙힐수 있고 문맥을 파악하는 능력이 길러진다고 이유를 덧붙혔던 저자이다. 그래서 십계명중 세 번째가 "셋. 말은 문맥 속에서 익혀라."이다.

 

 나는 가끔 어렸을 때 내가 영어를 더 접했더라면 지금 더 영어를 잘하지 않았을까 생각을 한다.

하지만 나에게 이러한 생각을 하지 말라며 저자는 어렸을 때 배우는 것보다 나이가 어느 정도 있는 다음에야 배우는 것이 더 빨리 배울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가 언어를 배울 때 동화책부터 시작하는 것을 경계하라고 조언한다. 저자가 말하길 어린아이는 언어를 곧잘 흉내 내지만 모국어로도 어른의 언어를 이해 못하듯이 언어에도 각 나이별로 수준이라는 것이 존재하는데 동화책에서는 어른만큼의 깊은 언어를 표현하지 않고 자칫 학습자가 언어 수준을 낮게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많은 연구들은 성장기의 어린아이일수록 더 빨리 언어를 습득한다고 한다. 어린아이가 습득력이 좋다는 것을 모르는 아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한번 생각을 해보자. 성인과 어린아이 두 명이 같은 조건인 동시에 언어를 공부한다고 하면 누가 더 빨리 배울까? 답은 당연히 성인일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핵심이 바로 이것이다. 성인이 가진 모국어 능력은 타국 언어를 배우는데 매우 유용하다.

 

외국어 독서

 십계명중 가장 첫 번째는 다음과 같다. "하나. 매일 언어를 만지작거리며 시간을 보내라"

우리가 외국으로 언어를 배우러 유학을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당연히 알겠지만 모국어보다는 외국어랑 많은 시간을 함께 하기 때문이다.

모국에서는 하루 2시간 공부를 하여도 늘지 않던 타국 언어가 타국에서 24시간 듣고 말하다 보면 정확한 문법에 따라 구사하는 법을 모를지라도 의사소통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자연스레 언어 실력이 향상된다. 저자도 이 생각처럼 매일 언어를 옆에 두는 것을 중요시 여긴다. 하지만 우리가 유학을 갈 형편도 안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의 훌륭한 선생님은 어학연수를 가지 않았다. 그 비법이 궁금하다. 저자가 추천하는 방법은 바로 '독서'이다. 독서는 공간 제약 없이 읽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저자가 강조하는 부분은 공간 제약보다는 성취감 때문이다. 독서를 처음 할 때는 단어도 이해가 안 가지만 조금씩 문장을 파악하고 문맥을 알게 되고 줄거리를 알게 되는데 이런 과정 중에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마치 공부를 하면서 보상을 받는 느낌과 같다고 표현한다. 요즘에는 유튜브와 같은 거대한 플랫폼이 많이 등장하고 저자가 살아있을 당시보다 외국어를 접하기 훨씬 쉬워졌지만 외국 언어 책을 읽는 것만큼 적극적이고 보람 있는 일은 적다고 생각이 든다. 이러한 생각 때문에 나도 저번에 영어로 된 책을 사서 읽고 있는 중인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는 하지만 조금조금씩 읽고 있다. 영어 동영상 보면서 숙어나 실생활 표현을 외우는 것보다는 성취감이 있다고 느낀다.

 

 저자가 언어를 공부하는 다양한 방법은 이 책에 더 많이 담겨있다.

하지만 책을 읽을 시간이 부족하거나 성격이 급한 사람은 다음과 같이 질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책 '언어 공부'에서 말하는 언어 공부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 도대체 뭔데?"

그에 대한 답은 언어랑 '친해지기'이다.

십계명 두 번째는 다음과 같다.

"둘. 학습을 향한 열정이 너무 빨리 식어버린다면 공부를 몰아붙이지 마라."

왜 저자는 공부를 몰아붙이지 말라고 할까? 공부를 몰아붙이면 흥미를 잃게 되고 언어랑 친해질 수 없기 때문이다.

십계명 다섯 번째는 다음과 같다.

"다섯. 뇌가 지쳐 있다면 지나가는 광고판 등을 번역해보라. 긴장이 풀린다."

긴장은 우리를 지치게 한다. 긴장감은 편하지 않아서 친해질 수 있는 감정을 못 느끼게 한다.

저자는 언어를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다. 저자는 그러한 사랑 때문에 언어와 친해지고 싶었고 그래서 16개 국어를 했다고 말한다. 정말로 영어를 배우는 것이 재미가 없다면 정말로 영어를 배우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영어를 사랑한다면 매일 영어 책을 읽고 영어 동영상을 볼 것이다. 자연스레 환경 구축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영어는 늘 수밖에 없다. 물론 이 정도로 사랑하는 것은 힘들 것이다. 하지만 친해지는 정도까지는 우리 자신의 의지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책에서 엄청난 비밀을 얻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책을 읽는 과정에서 내가 왜 지금껏 언어 공부를 이렇게 해왔을까 하는 반성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앞으로 언어 공부의 방향성을 다시금 살펴보게 되었다. 책상 위에 놓고서 언어 공부의 길을 잃을 때쯤 다시 한번 펼쳐보고 싶은 책이다.

최근 들어 퇴근하고 조금씩 하는 영어 공부가 슬슬 지쳐가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고 희망을 얻은 것 같다.그리고 앞으로는 영어 '공부'가 아닌 영어랑 친해지기로 결정했다. 


- 기억에 남는 문장 -

 

- 69 page -

"씁쓸하지만 한 번은 언급되어야 하는 교훈이 있다.

날마다 그리고 한 주도 안 거르고 집중적인 노력을 해야만 언어 학습에 쏟은 시간이 날아가 버리지 않는다."

 

 

- 79 page -

"곧장 이해하지 못하는 내용은 무시하라.

어떤 단어가 중요하다면 여러 번 다시 나오고 결국에는 스스로를 설명할 것이다.

읽어가는 과정에서 모르는 게 아니라 아는 것에 기초를 두어라.

더 많이 읽을수록 책의 빈칸에 더 많은 구절을 적게 될 것이다."

 

 

- 99 page -

"나도 "저기, " "야, " "있잖아, " "뭔가"와 같은 단어를 어학교재에서 가르칠 수가 없고 교사 역시 이런 단어 사용을 권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한다.

하지만 일상의 대화에서는 이런 단어가 예절 바른 '사전 속 단어들'보다 훨씬 자주 등장한다."

 

 

- 140 page -

"게다가 비록 원시적인 형태이긴 해도 파블로프의 원리를 생각해보라.

뇌의 두 영역이 동시에 반응을 하면 그 효과는 항상 더 오래간다.

언어 학습에서 지적인 뇌 영역과 감정 영역은 함께 반응할 수 있다.

목표 언어가 그 둘을 동시에 자극할 수 있다면 학습 효과는 향상된다."

 

 

- 172 page -

"단어를 묶어서 익히기를 추천하는 데는 두 가지 목적이 있다.

첫째, 한 단어와 다른 단어와의 관계는 그 뜻을 더욱 잘 드러낸다.

둘째, 문맥을 통해 기억에 각인되면 필요할 때 그 단어가 더 잘 떠오른다."

 

 

 

 

 

 

 

사진 출처 1 - 토익 - http://www.cstimes.com/news/photo/201207/74186_57365_2755.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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