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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중독스펙트럼의 어디쯤 있을까(풀 토머스, 제니퍼 마굴리스)를 읽고나서..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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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중독스펙트럼의 어디쯤 있을까(풀 토머스, 제니퍼 마굴리스)를 읽고나서..

SudekY 2021. 1. 24. 12:24

나는 중독스펙트럼의 어디쯤 있을까(풀 토머스, 제니퍼 마굴리스)


최근 들어 맥주를 마시고 게임을 하고 운동은 안 하고 비 규칙적인 삶을 살았다. 운동, 공부 등 자기 계발시간이 예전보다 많이 줄었고 늘어난 시간을 보니 친구들이랑 술 마시고 게임하는 시간이 늘어난 것이었다.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왜 나는 맥주랑 게임을 계속할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많이는 아니지만 삶의 일부를 차지하고 있었다. 중독일까? 근데 안 하면 죽을 것 같고 손이 떨릴 정도의 금단증상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나름 하나의 규칙도 가지고 있었다. 평일에는 절대로 술은 마시지 않는다. 하지만 주말은 내 인생이 아닌가 무슨 평일 지향형 규칙이 다 있나 생각이 들었다. 퇴근길에 서점에 들러서 '중독'이라는 주제와 관련된 책을 찾아 읽어보기로 했다. 골라서 하루 만에 읽게 된 책이다. 역시 책이란 것이 필요에 의해서 읽을 때는 순식간에 읽어버린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하기도 했다.

 

 책의 제목은 "나는 중독 스펙트럼의 어디쯤 있을까?"이다.

유튜버이자 의사인 닥터 폴(풀 토머스)과 과학 저술가인 제니퍼 마굴 니스가 지은 책이다. 책의 핵심은 바로 제목에 드러나듯 중독은 이분법적으로 '중독'과 '비중독'으로 분별할 수는 없고 정도의 차이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이 일주일에 한 번씩 먹는 것은 중독에서 경증에 해당하지만 일주일에 일주일 마시는 것은 중증에 해당되는 것이다. 누구나 중독성향을 가지고 있고 이를 스펙트럼으로 분류해서 중독을 기존과 다르게 바라보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일생상활에 지장을 받으면 중독이다.

 

 저자가 말하는 것 중에 좋았던 것은 중독성향이라는 것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말이 공감이 갔다. 중독성향은 말 그대로 중독에 쉽게 빠져드는 정도인데 예를 들어서 A라는 사람과 B라는 사람이 있다고 치자. 근데 A라는 사람은 B라는 사람보다 중독성향이 적은 편이다. 그리고 둘이 마약이나 술 또는 중독 증세를 일으키는 행위를 하였을 때 A라는 사람은 B라는 사람보다 해당 물질이나 행위에 덜 중독된다. 그리고 이러한 중독성향은 사람마다 다르다. 만약에 자신이 중독성향이 강한 사람이라면 이를 인지하고 있어서 그런 성향이 드러나게 되는 상황을 피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 사람들이 있다. 딱히 무언가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뭐 하나 푹 빠지면 미치도록 하는 사람들이다. 나도 그런과에 속해서 다른 사람들을 볼 때 속으로 "어떻게 이것만 하고 그만둘 수 있지?"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중독성향이 사람마다 다른 이유는 유전자와 환경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유전자 중에는 무언가에 더 빠지게 되는 그런 유전자들이 있다고 한다. 유전자에서 변형이 일어난 것인데 이런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특히 중독에 취약하다. 환경 또한 중요하다고 한다. 어릴 때 가족환경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거나 술을 마시거나 마약을 할 경우 자신은 모르겠지만 이미 뇌에서는 각인되어서 무언가에 더 의존하고 빠지게 된다고 한다.

 

 그리고 또 하나 공감되는 부분은 중독을 치료하기 위해서 무조건 약에 의존해서 끊는 문화를 지적한 것이다. 사실 약이나 주사를 통해 뇌에 특정 물질을 유도하게 하여서 현재의 상태를 기분 좋게 하거나 나쁘지 않게 하는 형태로 하거나 아니면 특정 행동을 할 때 그것에서 쾌락을 못 느끼게 하는 방식으로서 의존하는 물질이나 행위의 유발을 막는 것은 하나의 방편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임시방편일 뿐이다. 그런 부분에서 저자는 약도 필요는 하지만 그 보다는 사람과의 관계, 식습관 개선, 운동량 증가, 상담과 같은 자연적인 방법으로 치료하기를 권하는 것이 중독의 원인을 하나의 원인으로만 보지 않고 여러 가지 통합적인 면을 살펴본다. 이는 병원에서 환자를 특정한 프로세스에 집어넣고 치료하는 집단치료적인 방식에서 하나의 개인을 개별 인격체로 바라보고 개개인마다 다른 해결책을 접근한다는 것이 조금 더 인간적이고 따뜻하다고 느껴졌다. 어쩌면 병원에 가면 획일화된 약과 상담, 지문 작성에 비하면 이는 환자가 더 이해심 받을 수 있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부분이 이 책이 다른 책과의 차이점을 드러내 준다고 할 수 있다.

 

 책의 장점을 소개하자면 실질적으로 어떤 행동과 생각을 할 것인지에 대해 지침을 내려준다. 또한 자신의 중독 스펙트럼의 위치를 알 수 있는 테스트가 준비되어있다.

닥터 풀이 말하는 중독을 이겨내는 13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 1. '왜'에서 시작한다.

    - 왜 끊고 싶은가? 의문하기

- 2. 솔직해진다. 철저하게 솔직해져야 한다.

    - 스스로에게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솔직해질 준비가 되었을 때라야 비로소 진정한 치유가 시작된다.

    - 아무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는 비밀을 종이에 쓰기

- 3. 통증을 받아들이고 그대로 느낀다.

    - 통증에 대한 사고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 신체와 감정적인 통증은 정보다.

    - 뜨거운 물로 샤워나 목욕을 한다.

    - 스트레칭한다.

    - 호흡한다.

    - 친구와 대화한다.

    - 밖으로 나간다.

    - 반려동물을 기른다.

    - 자신의 이야기를 쓴다.

- 4. 상담을 시작한다.

    - 익명의 상담 또는 온라인 모임 또는 실질적인 상담을 이용한다.

- 5. 필요하다면 다른 약물의 도움을 받아 자연스럽게 치료한다.

- 6. 근원적인 기저 질환에 대한 치료법을 찾는다.

    - 근원적으로 바라보고 통합적으로 접근한다.

- 7. 종합적인 영양 섭취 방법을 찾는다.

    - 건강한 생각은 건강한 신체에서 나온다.

- 8. 장내 미생물군을 치유하여 뇌에 치유한다. (아직 과학적으로 결론이 나지 않는 부분임)

- 9. 종합적인 수면 계획을 세운다.

    - 말이 필요없다. 잠을 못자면 나쁜 습관이 더 강화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 침실을 어둡게 유지한다.

    - 오후 두 시 이후에는 카페인 없는것을 먹으면 되도록 카페인 섭취를 줄이다.

    - 잠자기 전 일정한 행동 패턴을 만든다.

    - 잠자리 직전에는 운동을 하지 않는다.

    - 잠자는 시간과 일어나는 시간을 정하며 특히 일어나는 시간을 맞춘다.

    - 졸음을 부르는 간식을 먹는다.

    - 수면 무호흡증 검사를 받는다.(대다수가 이를 인지하지 못한다고 한다.)

    - 필요한 경우 천연 수면 보조제를 사용한다.

    - 수면제 사용은 삼간다.

    - 에센셜오일 또는 카모마일, 베르가모트, 라벤더오일, 장미유(로즈오일), 일랑일랑 사용을 해본다.

- 10. 규칙적인 운동을 시작한다.

    - 운동의 장점은 말이 필요없다.

- 11. 안전한 생활, 건강한 인간관계, 스트레스 관리를 위해 나를 지지하는 사람과 모임을 만든다.

    - 스트레스는 중독을 축발하는 매우 중요한 계기일 뿐 아니라 종종 무시되지만 실제로는 질병을 일으키는 아주 중대한 원인이다.

- 12. 나의 맨 정신과 꿈을 훔치려는 사람들을 멀리한다.

    - 마약을 제공해주는 사람과 연락하지 않는다.

    - 술을 권유하는 친구에게 솔직하게 얘기하거나 유혹을 일으키는 사람을 멀리한다.(어쩔수없다. 환경이 제일 중요하다.)

- 13. (마약과 같은 극심한 중독일 경우에 해당) 비상약(날록손)을 가지고 다닌다.

 

 하지만 이 책이 완벽하지는 않다. 중간중간 나름 과학적이라고 하지만 비과학적이고 증거가 확실치 않는 주장들도 많이 있다. 읽을 때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서 전자기기에서의 전자파가 뇌종양을 일으킬 수 있으니 이를 멀리해야 한다거나 MSG를 먹으면 몸에 안 좋다거나 아직도 논란 중인 주제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하지 말라는 식으로 하는데 이는 오히려 책의 신뢰도를 떨어뜨렸다. 또한 장내에서 세로토닌이 만들어지고 이것이 뇌랑 연결은 돼있지만 실질적으로 그것이 안정감을 느끼는 세로토닌의 역할까지 관련이 있는지도 과학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쉽게 말해 이 책은 유사과학적인 부분이 가미 되어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미국 사회를 기준으로 책이 작성된 점 때문에 마약과 관련된 내용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한국은 마약이 불법이고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공감이 많이 안 갔던 부분이 아쉬웠다. 근데 최근 들어 연예계에서 자주 등장하는 마약이라는 단어를 보면 한국도 이제는 안심할 수 있는 곳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책은 추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중독을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는 책이기 때문이다. 여타 다른 책과는 다르게 저자가 전하는 말 한마디가 따뜻하다고 느껴진다. 희망을 불어넣어주고 용기를 북돋는다. 진짜 변화는 당사자가 행동을 해야겠지만 이런 식으로 동기부여를 해주고 할 수 있다 믿음을 불어주는 저자와 같은 사람이 주는 말도 행동을 유발하는 하나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실질적인 해결책까지 전해주고 이에 대한 전문가이니 더욱 믿음이 간다.

 

 코로나로 인해서 집에 있는 사람이 많아졌으니 중독에 더 쉽게 노출된 시대이다. 그로 인해 알코올 중독자가 늘어나고 특히 디지털기기로 인한 중독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우리는 집중력을 잃어가고 있고 내가 보는 것이 무엇이고 마시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좀비처럼 도파민의 명령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 이는 자신의 인생을 갉아먹는 행위이다. 술에서 깨고 휴대폰을 내려놓고 진짜 세상에서 살아야 후회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행동은 남는 것이 없다. 술 마시고 게임하고 유튜브 보면서 온갖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은 그 모든 것을 즐긴 끝에 드러나는 의지력 소멸로 인해서 정작 자기가 해야 하는 것은 못하는 사태에 이른다. 남는 것은 결국 자기가 해야 하는 일을 못해서 자신감과 자존감 하락만 이 있을 뿐이다. 주말에 미치도록 놀기만 했을 때 월요병이 더 큰 것은 내가 눈에 보이는 어떠한 것도 남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주말에 독서를 하고 공부를 하고 조금 더 생산적인 활동을 하거나 적극적으로는 여행을 가서 사진을 남겼을 때는 유튜브만 보면서 인생을 허비하는 것보다는 조금 더 나은 인생일 것이다. 뭐가 더 옳은 인생인지는 누구도 모르지만 뭐가 더 나은 인생인지는 직감적으로는 알 수 있다. 그렇게 비교해보면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중독이라는 문제가 내 삶의 이미 상당 부분을 차지했고 이는 잘못되었다고 느낄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은 이런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번외 :  술끊는 노하우 (다음 4가지 상항을 피해야한다.)

1. 배고픔 : 배고프지 않게 하기

2. 노여움 : 화가 났다면 호흡하기

3. 외로움 : 외로움을 느끼지 않게 하기

4. 피곤함 : 피곤할때는 술이 아니라 잠을 자기


- 기억에 남는 문장 -

 

- 29 page -

"중독은 스펙트럼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이 세계가 두 종류의 사람으로 나뉜다고 생각한다.

중독자 아니면 비중독자, 알코올 중독자이거나 아니거나일 뿐 중간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독이 작동하는 방식은 그렇지 않다.

실제로 우리 모두는 중독 스펙트럼의 어딘가에 자리한다.

 

 

- 53 page -

"알코올 중독이나 다른 중독 가족력이 있다면 중독 스펙트럼의 중증 끝에 도달할 위험이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 55 page -

"험악한 이혼 과정 등 가족 갈등에 많이 노출된 아이들은 통계적으로 중독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 71 page -

"의지가 박약해서 중독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이는 성격이나 의지 때문에 유방암이나 천식, 주의력결핍 장래 같은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닌 것과 마찬가지다.

중독이 잘 자랄 비옥한 토양을 조성하는 것은 환경 독소(스트레스, 건강에 안 좋은 음식, 아동기 방임과 학대, 불안정한 가정환경 등)와

유전적 취약성이다."

 

 

- 72 page -

"중독은 실제로 '공중보건의 위기'를 드러내는 것으로서 사회가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보호하는데 실패했다는 징후이다."

 

 

- 175 page -

"우리를 파괴하는 것은 마약이 아니다. 의지나 도덕성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문제는 외로움, 지루함, 진정한 관계의 결핍이다.

문제는 우리(cage)다.

자신의 삶을 고치기를 원한다면 환경을 바꾸어라"

 

 

- 230 page -

"중독 스펙트럼의 경증 끝으로 돌아가서 그곳에 뿌리를 내리는 데 도움이 되는 일은, 오늘은 마시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것이다.

"일단 오늘은 마시지 않을 거야"

아침에 일어났을 때 스스로에게 말하고 점심때 다시 되뇐다.

어스름이 내리면 술에 대한 생각이 더 간절해지고 외로움이 찾아오면서 맥주 캔을 따거나 포도주병 목을 두르고 있는 알루미늄 포일을 벗겨내는 만족스러운 의식이 그리워진다.

그러면 다시 자신에게 말한다.

"일단 오늘은 마시지 않을 거야"

내일은 걱정할 필요 없다.

당연히 남은 평생에 대해 걱정해야 할 이유도 없다."

 

 

- 274 page -

"놀라운 것은 물질적인 중독이 아닌 비디오 게임이나 인터넷, 쇼핑, 음식, 섹스, 포르노, 도박, 운동, 분노, 상호의존적인 관계 등도 도파민이 증가했다가 고갈되는 폭력적인 보상 사이클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이다."

 

 

- 303 page -

"중독자들이 치료를 회피할 때 가장 많이 대는 핑계가 "시간이 없어서"이다.

나 역시 그렇게 말했다.

그러다가 마침내 술을 끊게 되었을 때 계산을 해보았다.

내 음주가 최고조에 달했을 무렵 나는 매일 2~4 시간을 술 마시는 데 썼고 또 그만한 시간을 숙취로 흘려보냈다."

 

 

- 364 page -

" "어떻게 그러실 수가 있어요? 그걸 어떻게 참으실 수가 있냐고요?"

마침내 젊은 나그네가 불쑥 말했다.

"그 여자는 고마움을 모르는 정말 끔찍한 사람이었다고요"

"이보게, 나는 내 짐을 벌써 몇 시간 전에 내려놓았네. 자네는 왜 여전히 그 여인을 데려가자고 우기는 건가? 나이 든 길동무가 말했다.

분노와 자기 연민, 이기심, 자존심, 질투심, 원망이 우리 인생을 파괴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은 쉬운 일이다.

생존을 걸고 싸우고 있을 때 자신을 낮추고 고마워하고 참으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강하고 흔들림 없는 그 나그네를 모범으로 삼아야 한다.

그는 고맙다는 말을 기대하거나 바라지조차 않고 여인이 강을 건널 수 있게 도와주었다.

결국 모든 여정의 모든 순간을 즐긴 사람은 바로 그 나이 든 나그네였다."

 

 

- 368 page -

"완벽이 아닌 개선을 추구한다.

정싱적이거나 정서적인 여정에 오른 사람이라면 이것이 완벽이 아닌 개선의 문제라는 것을 알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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