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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취한 원숭이(로버트 더들리)를 읽고나서..

SudekY 2021. 2. 11. 15:53

술 취한 원숭이(로버트 더들리)


오랜만에 재미있는 책을 읽었다.

인간이 알코올 섭취를 선호하는 이유는 진화적인 입장에서 과일 속 안에 있는 알코올이 생존에 도움을 주었기 때문에 그 습성이 이어졌기 때문이다를 주장하는 책이다. 근데 저자는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매우 미흡하다는 것을 인정한다. 책에 나오지만 진화적인 습성을 실험하는 것이 매우 어렵고 동물실험의 한계점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예전에 과일 속에 들어있던 알코올의 양보다 몇 배가 높은 양의 알코올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이 발달되면서 자연스레 알코올 중독 얘기도 나온다. 확실한 것은 소량의 섭취가 건강상에 이득이 된다고 한다. 하지만 그러기 쉽지 않은 것 같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한 번만 하고 끝내는 것이다. 차라리 안 하면 안 하고 하면 하는 게 낫다. 스님이 아닌 이상 중용은 참 어려운 것이다. 그 누가 건강상의 이득을 취하기 위해 맥주 3모금, 소주 한잔만 딱 먹고 끝내는가. 그것도 참 웃긴 모습이기도 하겠다.

 

평소에 이런 생각을 해본적도 없는데 신박하다고 느껴져 재미있게 읽은 것 같다. 생각해보면 근거는 없지만 인간이 마약은 금지시켜도 알코올을 금지시키면 난리가 나는 것이 유전자 내에 이런 선호도가 들어있어서 그러지 않을까 싶다. 재미있게 읽었다. 추천한다.


- 기억에 남는 문장 -

 

-13 page -

"나는 술 취한 원숭이를 통해 과거 유용한 음식물을 판단하는 데 사용되었던 신경 회로가 잘못된 보상 신호를 과도하게 내보냈기 때문에 현재 일부 인간 집단이 폭음하게 되었다는 결론을 제시한다."

 

 

- 54 page -

"분산된 알코올이 척추동물 매개자를 끌어모을 수 있다면 식물 입장에서는 일정 정도 효모가 자라는 것을 눈감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

일부 탄수화물을 소모하면서 자신의 위치를 노출시키고 소비하게 하면서 씨를 전파할 기회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 89 page -

"오늘날 낮은 농도의 알코올을 섭취하는 행위는 심장 질환의 발병률을 떨어뜨리고(최소한 산업 국가에서) 전반적으로 건강에 이롭다.

현대 산업 사회에서 알코올이 무제한적으로 공급되고 값마저 매우 저렴한 상황에서는 비정상적이고 진화적으로 자연적이지 못한 알코올 소비 형태가 만연할 수 있다. 양날을 가진 칼처럼 호르 메스 시는 비극적인 알코올 소비를 초래할 수도 있는 것이다."

 

 

- 100 page -

"반주를 하면 보통 식사를 더 많이 하게 된다. 야생에서 영장류 집단에서도 알코올은 이와 비슷한 신경 흥분 작용이 있어서 음식을 더 빨리 먹게 된다. 익은 과일의 양이 제한적이고 경쟁 상대가 있는 상황이라면 빨리 먹는 것이 유리하다."

 

 

- 145 page -

"그러나 술을 마시면서 음식을 전혀 먹지 않으면 상황이 나빠질 수도 있다. 소화기관이 꽉 채워졌다는 생리적인 종결점이 없이 정신만 잔뜩 흥분할 것이기 때문이다. 자연적이지 않다는 말이다. 따라서 다른 탐닉 성 약물처럼 알코올도 인간의 내부에 존재하는 감각적 편향을 과도하게 흥분시킨다. 과거에 그 편향은 포만감이라는 유익한 보상과 결부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 양성 되먹임이 한정 없이 일어나면서 많은 양의 알코올을 섭취하는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 

 

 

- 149 page -

"결국 지금 우리가 다루고 있는, 술에 집착하는 현상은 생물학적으로나 행동 측면 혹은 사회적으로 매우 복잡하다는 점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술을 극단적으로 많이 마시는 사람이 매우 드물고 그 현상을 설명하기 어렵기는 하지만 만일 그런 일이 일어났을 때 극히 위험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어떤 집단(예컨대 홈리스)의 사람들에게는 알코올 중독이 예외라기보다는 정상에 속하기도 한다. 사회적이고 개인적인 요소가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알코올 중독은 복잡하고 다양한 얼굴을 가진 질환이다."

 

 

- 164 page -

"설치류와 영장류 실험도 이런 사실을 뒷받침하며 알코올을 마시는 경향이 큰 동물들이 설탕을 더 좋아했다.

진화적인 이유를 생각해보면 이런 상관성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알코올과 설탕은 영양가가 풍부한 과육에 듬뿍 들어 있는 성분들이다. 당을 발효한 것이 바로 알코올이기 때문이다. 비슷한 보상 체계가(번연계의 도파민 신경과 모르핀 유사 신경계) 작동하면서 이들 물질에 대한 즐거운 반응을 조절한다.

 

 

- 203 page -

"보편적으로 인간이 사용하는 다양한 탐닉성 물질은 모두 보상 회로에 작동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런 환각 물질은 한때 이로운 결과를 가져왔지만 결국 자기 강화와 부적응 행위를 초래하게 되었다. 비록 오늘날에는 비극이지만 화학 물질에 대한 집착은 우리 영쟝류 선조가 적도의 열대 우림에서 잘 익은 과일을 맛보고 즐겼던 진화적 과거를 여실히 반영한다."

 

 

- 212 page -

"알코올 중독을 생각할 때 무엇보다 깨달아야 하는 사실이 있다. 인류가 이런 물질에 강하게 끌리는 현상을 신빙성 있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실제 알코올 중독의 증상이나 치료에 대해 확실한 대책이 미비하다. 사람들이 음주를 조절하지 못하는 이유는 뭔가 충동 조절이 잘 안 되고 있음을 반영하는지도 모른다. 물론 알코올 그 자체도 포함된다. 다양하고 강력한 형태로서 알코올이 이미 존재하고 있고 한때 유용했던 동기 편향을 활성화할 수 있다면 그 정수에 있어서 우리 스스로가 그 물질을 남용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알코올에 의해 남용되고 있다고 거꾸로 생각할 수도 있다. 환자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는 등 부정적인 의미를 함축하고 있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의사들은 알코올 중독에서 남용이라는 개념을 떼어버렸다. 대신 그들은 치료를 요구하는 다른 수백 종류의 행동 장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뇌에 있는 보상 체계가 알코올에 의해 점령당해 칼로리 보상을 기대하는 헛된 상념에 빠져 있다면 알코올 소비를 자극하는 행동적 압력은 유기체의 생리적 생존과는 사뭇 거리를 두게 된다. 알코올 중독에 관한 심리학적, 사회적, 철학적 설명은 아무리 그 의도가 좋다 한들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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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진화적인 전망만이 우리의 복잡하고 모호하기 짝이 없는 알코올 부 낮에 대한 반응을 선명하게 드러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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